나태지옥에 빠진 관대한 병신. (그간의 근황 중 병신 짓 하나)

2022. 1. 24. 17:34쓰고싶은 욕심/짧은 글도 써요

나는 나태하고 관대한 병신이다.

 

이곳에 글을 싸질러 놓은지 2년이 흘렀다.

생각의 실천이 가장 어렵다는 것을 깨달은 지 34년 차.

하루 들어 다짐하는 것들로 빼곡한 나는 삼십 대 중반이라는 나이 가진 여전히 나태 인간이다.

 

오늘은 이곳이 생각난 김에

회사에서 일을 하기 싫은 김에

마침 이번에 신형 맥북프로를 구매한 김에 (최근 내가 한 멋진 병신 짓)

그간의 근황 겉핥기 중 최고의 병신 짓을 고해성사한다. (곧 생겨날 ‘new’에 미리 축하를 보내며)

 

5년간 다니던 직장에서 퇴사한 다음날, 다른 직장으로 출근했다.

사람 관찰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그곳에서 다양한 인간상을 마주했다.

본래 좋은 사람과 좋은 것은 기억이 잘 나지 않는 법이다. (나만 그런 것은 아닐 거라 확신하고 있다)

예의와 매너는 고사하고 업무에 무지한 최악의 캐릭터를 만났다. 아니 캐릭터 '을 만났다. (나중에 다루기로 한다)

 

8개월의 파견과 4개월의 본진 생활을 술로 버텨낸 후 회사를 그만두었다.

그리고 나는 약 6개월의 시간을 히키코모리가 되기로 한다.

건강상의 이유, 번아웃이 온 것도 있겠으나 가장 큰 이유는 아마 온라인게임을 하게 된 것일 것.

 

180일의 시간 동안 나는 내가 가진 모든 체력과 돈, 시간을 게임에 과감히 투자한다. (이 또한 나중에 다루도록 하겠다)

식음을 모두 챙기며 게임에 몰두한다.

# 식음을 전폐하기에는 서른이 넘었다. 바이오리듬이 무너지면 하나씩 고장이 나기 시작하는 나이다.

이제는 응급실을 밥먹듯 드나들며 혈육에게 민폐를 끼치는 몹쓸 누이가 되었다.

 

정말 무식하게 시간이 흘렀다. 아니 삭제됐다.

돈에 바닥이 맞닿기 시작하자 게임을 하기 위해 나는 빚을 만들어 냈다.

빚을 빚으로 메꾸는 게 바로 금전 병신’인데, 그 칭호를 내가 얻어냈다. 자랑스럽기도 해라.

 

신용등급이 바닥을 때렸다. 동의하지 않은 대출 관련 전화가 미친 듯이 온다.

새로 깨달은 사실 중 하나는 카드값 독촉 전화는 정말 귀찮다는 거다.

부디 나를 교훈삼아 다들 계획적이고 합리적인 소비생활을 실천하기를 바란다.

 

미개한 인간으로 지난 과거에 어찌 후회가 없을 수 있겠나.

시간을 투자한 것에는 후회는 없으나 레벨에 눈이 멀어 한순간에 사라진 나의 돈에는 굉장한 후회를 하고 있는 중이다.

 

애써 외면하고 있으나 아직도 이따금씩 속에서 신물이 올라오곤 한다. 빌어먹을.

 

물론 계획도 있긴 했다. 나도 나태하긴 싫은 인간이긴 하니까.

'분명 게임과 운동의 비율을 5:5로 잡아 두었다. 그렇게 하고 싶었다.

하지만 매일 10:0의 비율로 치우친 나를 발견했다. 다음날 10:0을 또다시 갱신했고 5:5를 포기했다.

빚과 게임 캐릭터는 늘어났으며 나는 자신에게 끊임없이 관대했다

 

다행이도 이제는 다시 일을 시작했다. 천만 다행이지 않은가.

현재는 업무와 루팡, 게임, 운동의 비율이 각 1:6:3:0 정도로 유지되고 있는 듯하다. 뭔가가 더 생긴 듯 하나 아무튼 병신이다.

본인이 나태함으로 똘똘 뭉친 병신이 된 것을 인정하면서도 최근 그 생활을 다시 그리워하는 중이다.

아마 쌓여가는 것이 빚이 아닌 현금이라면 여전히 나태지옥에 빠져 아직도 10:0의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그나마 덜 병신이라 불릴 수 있는 것은 이 나태한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소득생활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 나는 경기도의 어느 회사에서 무표정으로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다. 나를 바라본 누군가가 일을 하고 있다 속아주길 바라며.

아마 이번 달에도 나의 월급은 문자와 카카오톡 메시지로만 존재했던 과거형의 그것일 것이다.

 

빚더미에 깔려도 하고 싶은 건 다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나태한 병신.

도태를 인지하지 못한 채 포기를 매일 하고 있는 병신. 그게 바로 나다.

 

그리고 오늘의 다짐 하나를 실천하기 위해 이곳에 방문했다. 그래도 오늘 하나는 성공했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