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적 박탈감 : 나를 사랑하기

2020. 3. 4. 12:48쓰고싶은 욕심/짧은 글도 써요

 

 

 

 

 

상대적 박탈감을 느껴본 적 있다. 

 

 



교복 위에 고가의 브랜드 옷을 걸친다는 이유로 학교에 이의를 제기한 학부모의 사연이 언론에 보도된 적 있다. 

다양한 계층이 모이는 공간에서 고가의 옷을 입는다는 것은 빈곤계층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한다는 것이다. 뉴스 보도 당시 제법 이슈였다. '그렇다' 혹은 '아니다'. '대체 무슨 상관이냐' 의견은 수없이 갈렸다. 결국 그를 수용한 학교 측이 겉옷의 금액을 제한했다. 대중의 압박이 있었건 언론의 부담이건 학교측은 '상대적 박탈감'이라는 주제에서 멀어지기를 바랏다.

과연 그들은 학교측의 조치로 상대적 박탈감에서 벗어났을까? 

아마 가족은 옷이 아닌 다른 곳에서 박탈감을 느꼈을 것이다. 친구 부모님의 차, 혹은 필통 속 학용품에서도 말이다. 

나의 고등학교는 신설되어 공식 체육복이 없었다. 즉 체육복에 '부' 가 묻어났다는 뜻이다. 누군가는 값비싼 브랜드의 체육복을 입고 수업을 듣곤 했다. 이것이 내 상대적 박탈감의 시작이다. 공교롭게도 친구들도 생각이 같았다. 친구들과 학교 앞 문구점에 파는 체육복을 입고 다니기로 합의를 봤다. 새삼 내가 돈이 많았다면 아무 문제 되지 않았을 부분이다. 

최근 군중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오히려 커졌다. 인터넷과 삶을 함께하는 것이 이유다. 활자 매체가 디지털 매체로 변한 시간만큼 오랜 시간을 인터넷은 우리를 지배해 왔다. 그리고 우리는 다양한 디지털 매체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 

그중 단연 최고의 상대적 박탈감 '성지'는 SNS가 아닐까. 
내가 이 글을 쓰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 물론 철저한 경험에 의한 서술이다.

 

나는 SNS에서 가장 큰 상대적 박탈감에 휩쓸렸다. 

클릭을 하지 않아도 펼쳐지는 타인의 휘황찬란한 일상들은 나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했다. 누르지 않아도 알아서 띄워준다. 팝업이든 배너든 '앱'과 '어플'을 활성화시키지 않아도 말이다. 전세대출이다 뭐다 0.1%의 이율에 목매어 억척스러운 내 삶과는 정반대의 삶이 펼쳐진다. 
SNS를 보게 되는 날이면 하루를 꾸역꾸역 버틴 내 신세가 싫었다. 아침부터 들어가면 출근부터 하기 싫었다. 인맥관리랍시고 '좋아요'를 누르면 펼쳐지는 알고리즘의 향연이 숨이 막혔다. 

혹 내가 고통받은 지인의 계정이 'SNS 허언증'을 앓고 있는 '가짜' 삶이라 해도 적어도 나에겐 성공했다. 

 

'와 부럽다. 나도 저렇게 살아봤으면'

'저게 다 얼마야?'  

 

끊임없이 부러워 했고 나는 괴로웠으니까. 그리고 무너졌으니까. 겉으로 티를 내지는 않았다. 마지막 자존심이랄까. 나도 언젠가 누리리란 다짐과 함께 욱여넣곤 했다. 뒤틀린 내면은 그들을 동경했다. 아니 경외심인가? 가물가물한 그때의 감정은 정상이 아니라는 것은 확실하다. 

지인과 상대적 박탈감에 대해 대화했다. 
그는 오히려 SNS 속 부유한 친구들을 마주하면 '와 좋겠다. 잘되서 나도 맛있는 거 사줘라'라고 생각한다 했다. 하지만 그도 결국은 데이터 조각이 주는 내면의 공허함에 긍정을 표했다. 어쩔 수 없는 상대적 박탈감에 동의한 것이다. 

오랜 시간 나를 타인의 삶에 투영하지 않으려 애썼다. 몇년을 반짝거리는 삶들과 비교하며 고민을 해 온 나의 삶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을 깨달아야 했다. 

그들은 나의 삶을 대신 살아주지 않는다. 

나는 그렇게 소통을 끊었다.  SNS를 끊었다. 
단순한 개인적 취미로써의 활동 외의 소통을 하지 않는다. 

잠들기 전 그들을 바라보고 뒤척이던 마음 대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시간을 보내며 자존감을 높이기 시작했다. 

보잘것없다고 생각했던 내 삶은 너무나 값진 하루다. 무너지기 직전까지 추켜세우던 자신은 어느새 앞으로 전진하는 나를 응원한다. 하지만 물욕과 소유욕을 버리지는 못했다. 세상에는 갖고 싶은 것들이 너무나도 많으니까. (물론 값비싼 것 중 내건 없다) 

그렇게 적어도 나의 삶에 대한 온전한 욕심과 자존심은 갖게 되었다. 눈앞에 펼쳐진 현실에 맞서는 나를 응원할 준비가 되었다는 뜻이다. 

한밤 중 생각이 많은 누군가라면 추천해 주고 싶다. 주된 생각이 '내 신세에 대한 한탄'이라면 꼭 추천한다. 한번쯤 SNS를 끊어보길 바란다. 무한한 알고리즘 뒤에 가려져 있던 작게 빛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거라 확신한다.

해외여행을 가지 않아도, 값비싼 치장을 하지 않아도 당신의 삶은 당신이 만들어 가기에 가장 빛날 수 있다는 것을 함께 공유하고 싶다. 

'나'는 나만이 오롯이 사랑할 수 있다. 타인에 빗대어 나를 깎아내리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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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없는 요즘.

문득 든 생각은 '나를 더 사랑해야겠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