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함께 무너져 가는 것들.
몸이 아파오기 시작할 때 냉장고가 울기 시작했다. 담석증과 위경련으로 새벽을 설칠때면 느닷없이 냉장고가 함께 짖어대기 시작했고,내 속과 함께 냉장고는 완전히 무너졌다.결국 나는 지인의 냉장고를 받고 녀석을 폐기처분 하는 것으로 마무리 했었다. 냉장고를 해결하니 이번엔 세탁기다. 혹시나 싶어 신청했던 수리 서비스는 나의 구형 우렁각시가 무지개 다리를 건넜음을 고했다.더 이상 부품이 생산되지 않을 뿐더러, 너무 오래 되어 고칠 수도 없다는 일종의 통보와 함께.‘곧 이사를 갈테니까’ 라는 근거 없는 의지로 소량의 빨래만 가능한 통돌이 세탁기를 구매했다. 데일리 빨래통. 첫 자취 생활의 시작부터 약 16년이 지나기까지 남아있는 게 있긴 한가? 전자레인지. 딱 하나 남았다.다른 가전들은 모두 폐기되거나 망가져 모..
2024.1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