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 술을 사랑한다.
술 : 술을 사랑한다. 아버지의 감정을 술로 배웠다. 어찌 보면 지나친 그의 애주력은 불행하게도 나에게 유전되었다. ‘월급’을 받는 생활을 하지 않았다면 중독됐을 것이다. 나는 흔히 말하는 ‘반주’의 중독자이며 ‘소주’파다. 나만 몰랐던 내 수식어는 '애주가'다. 술과 마주한 첫 기억은 ‘할아버지’다.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남아있는 기억 조각 중 늘 막걸리를 드시던 그가 있다. 안채에 밥상과 함께 배달됐던 막걸리는 ‘도대체 무슨맛일까?’하는 강렬한 인상을 주었다. 언젠가 맡아봤던 빈병의 냄새는 ‘시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할아버지도 ‘애주가’ 셨다. 그의 불행함을 내 아버지가 받았다. 현재도 소맥파인 아버지는 예전부터 폭탄주를 사랑하셨다. 다만 할아버지와 달랐던 느낌이 있다. 아버지는 감정을 술..
2019.12.26